인간 관찰 기록 (7) 썸네일형 리스트형 왜 우리는 얄미운 서동재에게서 차마 눈을 떼지 못할까? 드라마 〈비밀의 숲〉에는타협을 모르는 서늘한 검사 황시목이 있다.감정을 느끼지 못해 누구 앞에서도 굽히지 않는 단단한 인간. 그리고 그 황시목의 곁에서,끊임없이 손을 비비고 몸을 구부리며 발버둥 치는 남자가 있다. 바로 서동재다. 자존심과 생존욕 사이에서 구겨지는 인간서동재의 출발선은 불리했다.학연도 지연도 없는 바닥에서 시작해검찰청이라는 견고한 벽에 부딪혔다. 그렇다고 그 불리함이그의 비리나 치사한 수단들을 정당화해 주지는 않는다. 그는 그저 자신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그리고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적극적으로 나쁜 길을 선택했을 뿐이다. 겉보기엔 모델 같은 외모에잘나가는 검사 같지만,그의 속내는늘 열등감과 자격지심으로 팽팽하게 부풀어 있다. 윗사람에게 간이라도 떼어줄 듯 허리를 굽히고,피의자들에게.. 왜 어떤 사람은 평온보다 상처를 더 그리워할까 <블랙박스> 살다 보면 참 이해하기 힘든 선택을 하는 사람을 보게 된다.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가던 인생을겨우 추스르고 따뜻한 일상을 만들었으면서,느닷없이 제 발로 옛날의 그 지옥 같은 진흙탕 속으로다시 걸어 들어가는 사람 말이다. 소설 《블랙박스》 속 여주인공 '일라나'가 딱 그런 인물이다. 평온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두 번째 남편 미하엘과의 삶은일라나에게 과분할 만큼 따뜻한 안식처였다. 가난하긴 했지만, 미하엘은 지극히 성실했고,일라나를 온 마음으로 아끼고 떠받들었다. 전남편 기드온에게살이 뜯기는 듯한 상처를 받고 쫓겨났던 일라나에게,미하엘의 식탁은 영혼을 치료해 주는 가장 안전한 장소였다. 하지만 일라나는그 평온한 식탁 위에서 서서히 질식해 간다. 그녀는 아들의 합의금을 구한다는 핑계로전남편 기드온에게 다시 .. 매튜 그린은 왜 끝내 온기를 알아보지 못했을까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이유리 작가의 소설 《달리는 무릎》에는공동체에 가장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다수결 투표를 통해 육체를 빼앗긴 채우주의 먼지로 흩뿌려진 외계인이 등장합니다. 넷플릭스 드라마《무브 투 헤븐》의 매튜 그린(강성민)을 볼 때,이 지워진 외계인의 얼굴이 겹쳐 보입니다. 미국으로 입양되었으나시민권을 얻지 못해 유령처럼 쫓겨났고,친엄마를 찾기 위해 돌아온 한국에서조차"왜 한국말도 못 하냐"는 비웃음을 사며결국 차가운 방에서 고독사한 인물. 매튜 역시 사회가 규정한‘쓸모없음’이라는 잣대에 밀려난,길가의 잡초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의 곁엔 정말 아무도 없었을까?"라는 답답함매튜의 비극을 보며마냥 동정하기엔마음 한구석에 지독한 답답함이 남습니다. '혹시 그의 곁에도 누군가 있었던 건 아닐까.왜 그걸 찾지 못했.. 늙어간다는 건 기억을 잃는 게 아니다<선재 업고 튀어> 말자 할머니의 시간 공원 벤치에 가만히 앉아 계시는 어르신을 봅니다. 그 옆으로 바쁘게 스쳐 지나가는 젊은이들의 10분이 앞을 향해 직선으로 빠르게 달려 나가는 시간이라면, 노인의 10분은 지나온 세월이 겹겹이 쌓인 깊고 묵직한 시간의 우주일지도 모릅니다. 청춘을 지나 노년으로 가는 길목에서, 문득 그 같은 공간 속 다른 시간의 밀도가 궁금해집니다.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서 치매를 앓는 말자 할머니의 나지막한 대사는, 오락가락하는 노인의 눈빛을 안타까움이 아닌 완전히 다른 감각으로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기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여. 모두 내 이 영혼에 스미는 거여. 그래서 내 머리로는 잊어도 내 영혼은 잊지 않고 다 간직하고 있재. 세 살 적 엄마 품에서 어리광 부릴 때로도 갔다가, 열여덟 서방 만날 때로도 갔다가.. 오정희는 왜 딸을 사랑한다는 말 대신 '근사하다'고 했을까 <모든 사람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운다> 드라마 〈모든 사람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운다〉를 보다 보면, 마음을 툭 건드리는 장면이 하나 있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어릴 적 딸을 매정하게 두고 떠났던 대배우 오정희(배종옥 분). 그녀가 사석에서 제3자에게 제 딸 이야기를 툭 던지는 순간이다. 보통의 엄마들이라면 미안함에 눈물을 훔치거나 핑계를 댔을 텐데, 오정희는 전혀 다른 단어를 꺼낸다. "내 친딸. 너따위랑은 비교도 안되게 근사해." 착하다도 아니고, 예쁘다도 아니고, 심지어 멋지다도 아니다. 왜 하필 '근사(近似)하다'였을까? 이 낯선 단어 하나에 오정희라는 인간의 지독한 모순이 서려 있다. 지옥에서 도망친 생존자, 지옥을 물려준 가해자세상은 오정희를 향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눈이 멀어 자식을 버린 비정한 악녀라고 손가락질한다... 인생이 엉뚱한 문 앞에 당신을 데려다 놓았을 때: 염창희의 멈춤 <나의 해방일지>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염창희를 완성하는 최고의 명장면은 단연 마지막 ‘강의실 멈춤’이다. 다른 수업을 들으러 갔다가 문을 잘못 열고 들어간 곳, 하필 생각지도 않은 장례지도사 수업이 개강하는 그곳에서 창희는 도망치는 대신 조용히 자리를 잡고 앉아버린다. 이미 그의 여정을 다 아는 우리에게 이 엉뚱한 행동은 묘하게 마음을 건드린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예상하지 못한 당혹감이라는 방어기제에 밀려 얼른 문을 닫고 도망쳤을 것이다. 계획이 틀어지는 불안을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희는 멈춰 섰다. 창희는 처음으로자기 인생이 잘못 들어선 게 아닐 수도 있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창희는 늘 자기 인생이어딘가 잘못 배달됐다고 느끼는 사람이었다. 원하는 인생(서울 노른자위)과지금 자기 모습(.. 민정우의 빨간 안전벨트는 변명이었다 <21세기 대군부인>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후반부에서가장 이상하리만큼 눈에 남았던 건민정우 총리의 표정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가슴을 사선으로 가로지르던진한 빨간색 안전벨트였습니다. 차 안은 거의 새까만 어둠에 가까웠습니다. 검은 옷, 검은 시트, 닫힌 공간. 그런데도 그 붉은 선 하나만은유독 선명했습니다. 마치 끝까지 숨기지 못한내면의 경고등처럼 보였습니다. 민정우는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던 사람이었습니다. 실패보다계산이 어긋나는 걸 더 견디지 못하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예상하지 못한 변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자기 세계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사람은 스스로 무너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울 때,의외로 가장 먼저 “명분”을 붙잡습니다. 질투는 정의가 되고,복수는 선택이었다고 믿게 됩니다.열등감은 어느새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