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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관찰 기록

민정우의 빨간 안전벨트는 변명이었다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후반부에서
가장 이상하리만큼 눈에 남았던 건
민정우 총리의 표정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가슴을 사선으로 가로지르던
진한 빨간색 안전벨트였습니다.

 

차 안은 거의 새까만 어둠에 가까웠습니다.

 

검은 옷, 검은 시트, 닫힌 공간.

 

그런데도 그 붉은 선 하나만은
유독 선명했습니다.

 

마치 끝까지 숨기지 못한
내면의 경고등처럼 보였습니다.

 

어두운 차 안에서 강렬한 빨간 안전벨트가 사선으로 내려오는 장면
끝까지 자신을 묶어두려 했던 사람처럼 보였다.

 

민정우는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던 사람이었습니다.

 

실패보다
계산이 어긋나는 걸 더 견디지 못하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
예상하지 못한 변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자기 세계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사람은 스스로 무너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울 때,
의외로 가장 먼저 “명분”을 붙잡습니다.

 

질투는 정의가 되고,
복수는 선택이었다고 믿게 됩니다.
열등감은 어느새 억울함이 됩니다.

 

그리고 끝내
자기 자신까지 속이기 시작합니다.

 

그 빨간 벨트는 이상할 정도로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치 그는 끝까지
자기 자신을 묶어두려는 사람 같았습니다.

 

“나는 상황 때문에 이렇게 된 거다.”

 

그 벨트는
그가 마지막까지 놓지 못한
비뚤어진 자기합리화처럼 보였습니다.

 

어떤 사람은
망가졌다는 사실보다
자신이 틀렸다는 걸 더 못 견딥니다.

 

그래서 그는
멈추는 대신 끝까지 폭주합니다.

 

붉은 경고등을 몸에 두른 채로.

 

 

빨간색은 원래 멈추라는 신호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가끔
파멸로 가는 길이라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완벽주의에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렇습니다.

 

 

어두운 밤 붉게 켜진 신호등 이미지
사람은 가끔 경고를 알면서도 멈추지 못한다. [이미지 출처] Freepik (작가: wirestock)

 

 

 

실패를 인정하는 순간
자기 존재 전체가 무너진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사과보다 변명을 선택하고,
인정보다 원망을 붙잡습니다.

 

그편이 덜 아프기 때문입니다.

 

민정우 역시
사랑을 잃어서 무너진 게 아니라,

 

‘틀릴 수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끝내 받아들이지 못해서 무너진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우리도 비슷할 때가 있습니다.

 

삶의 계획이 틀어졌을 때,
내 선택이 실패였다는 걸 인정하기 싫을 때,

 

사람은 종종
‘어쩔 수 없었다’라는 명분 뒤로 숨어버립니다.

 

사람은 가끔
잘못을 인정하는 것보다,
누군가를 미워할 명분을 놓는 일을 더 힘들어합니다.

 

우리는 정말
상처 때문에 무너지는 걸까.
아니면
‘내가 틀릴 수도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 때문에
무너지는 걸까.

 

 

인간은 가끔

무너지는 것보다

초라해지는 걸 더 견디지 못한다. 

 

자기비판이 심한 이유 (생각이 막히는 진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