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염창희를
완성하는 최고의 명장면은
단연 마지막 ‘강의실 멈춤’이다.
다른 수업을 들으러 갔다가
문을 잘못 열고 들어간 곳,
하필 생각지도 않은 장례지도사 수업이
개강하는 그곳에서
창희는 도망치는 대신
조용히 자리를 잡고 앉아버린다.

이미 그의 여정을 다 아는 우리에게
이 엉뚱한 행동은 묘하게 마음을 건드린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예상하지 못한 당혹감이라는 방어기제에 밀려
얼른 문을 닫고 도망쳤을 것이다.
계획이 틀어지는 불안을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희는 멈춰 섰다.
창희는 처음으로
자기 인생이 잘못 들어선 게 아닐 수도 있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창희는 늘 자기 인생이
어딘가 잘못 배달됐다고 느끼는 사람이었다.
원하는 인생(서울 노른자위)과
지금 자기 모습(변두리 삶) 사이가 너무 멀다고 믿었으니까.
평생 남들의 기준에 맞춰
미친 듯이 궤도를 질주하던
창희는 지독한 부조화 속에서 매일 투덜대던 존재였다.
그러나 그 낯선 강의실에 앉는 순간,
창희는 처음으로 남들 인생 말고
자기 감각을 따라간다.
어쩌면 창희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남들이 피하는 순간에
먼저 남아 있던 사람.
자신이 집안 어른들의 임종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그 마지막 길을 배웅했던 영혼이라는 사실을.
남들은 무서워 피하는 죽음의 공기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임으로써,
창희는 남들의 궤도에서
과감히 이탈해
‘진짜 자기 자리’와
자신을 스스로 일치시킨 것이다.
이것이 창희가 찌질함을 끝내고
진짜 멋진 어른이 된 해방의 본질이다.
우리가 매일 불안하고
불행한 건 인생이 꼬여서가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원하지도 않는 강의실에 들어가
내 자리가 맞다며
계속 버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창희처럼 인생이
나를 계획에 없던 엉뚱한 문 앞에
데려다 놓았을 때,
도망치지 않고
가만히 나를 대면해 보라.

어쩌면 창희는
처음으로 자기 인생이 틀어진 게 아니라,
자기 자리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알아버린 사람 같았다.
사람은 종종
남들 속도로 너무 오래 살아버린 뒤에야
자기 감각이 사라졌다는 걸 알아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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