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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관찰 기록

왜 우리는 얄미운 서동재에게서 차마 눈을 떼지 못할까?

드라마 〈비밀의 숲〉에는

타협을 모르는 서늘한 검사 황시목이 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해 누구 앞에서도 굽히지 않는 단단한 인간.

 

그리고 그 황시목의 곁에서,

끊임없이 손을 비비고 몸을 구부리며 발버둥 치는 남자가 있다.

 

바로 서동재다.

 

자존심과 생존욕 사이에서 구겨지는 인간

서동재의 출발선은 불리했다.

학연도 지연도 없는 바닥에서 시작해

검찰청이라는 견고한 벽에 부딪혔다.

 

그렇다고 그 불리함이

그의 비리나 치사한 수단들을 정당화해 주지는 않는다.

 

그는 그저 자신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그리고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쁜 길을 선택했을 뿐이다.

 

겉보기엔 모델 같은 외모에

잘나가는 검사 같지만,

그의 속내는

늘 열등감과 자격지심으로 팽팽하게 부풀어 있다.

 

윗사람에게 간이라도 떼어줄 듯 허리를 굽히고,

피의자들에게 뒷돈을 챙기며,

남의 공을 슬쩍 내 것처럼 뒤집어쓰는 행동들.

 

남들이 보기엔 찌질하고 얄미운 악행이다.

 

서동재는 그때마다

자존심과 양심을 조금씩 구겨 넣으면서도,

그것이 이 판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그가 가장 견디기 힘들어하는 순간은,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는

황시목이 자신을 무심하게 빤히 바라볼 때다.

 

자존심을 챙기느라 자신을 무시하는 것만 같은

그 서늘한 눈빛 앞에서,

서동재는 유독 더 과장되게 화를 내고

치졸하게 굴어버린다.

 

사람은

숨기고 싶은 열등감을 들킨 것 같을 때

가장 쉽게 날을 세운다.

 

사무실 창가에 홀로 서서 전화하는 정장 차림의 남성 실루엣

 

찰나의 침묵, 그리고 구겨진 넥타이

재미있는 건,

서동재가 아무리 잔머리를 굴리고

소소한 악행을 저질러도

그는 결코 판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악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온갖 비리와 줄타기를 일삼다가도,

진짜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쫄보처럼 멈칫거린다.

 

윗사람의 방에서

온갖 비굴한 아부를 다 떨고 나오다가도,

문이 닫히는 순간

홀로 복도에 서서 길게 한숨을 쉬는 남자.

 

그 1~2초의 찰나에서

서동재의 진짜 얼굴이 드러난다.

 

비굴하게 구겨졌던 자존심을 억지로 펴듯,

손끝으로 넥타이를 쓱 가다듬는 순간.

 

"자, 이제 다음엔 어디로 붙지?" 하고

다시 눈알을 굴리기 시작하는

그 질긴 생존의 눈빛.

 

그는 고결한 정의를 추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완벽하게 나쁜 놈이 되지도 못한다.

 

자존심을 지키고 싶은 욕망과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욕 사이에서,

매일 제 몸을 구겨가며 판을 기웃거릴 뿐이다.

 

모든 소음이 가라앉은 검찰청 복도.

구겨진 넥타이를 고쳐 매고

서동재는 또 다른 문고리를 잡는다.

 

자존심이 없는 사람이라서였을까.

 

아니면

자존심보다 살아남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사람이어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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