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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3만 피트의 시야 (생각 정리)

궤도를 바꾼 사람은 코뿔소의 무리를 이탈한다

지상은 거대한 사육장이다.

 

하나의 깃발이 꽂히고 함성이 시작되면,

군중은 일제히 척추를 구부리고

거친 가죽을 뒤집어쓴 채

맹목적인 질주를 시작한다.

 

외젠 이오네스코의 희곡 《코뿔소》는

문학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상영되는

현실의 거울이다.

 

처음에는 코뿔소의 등장을

야만이라 비난하던 지식인도, 논리학자도, 연인마저도

무리의 숫자가 다수가 되는 순간

"이것이 자연의 섭리이자 트렌드"라며

스스로 괴물이 되는 길을 선택한다.

 

균형을 잡으려는 이들은

양쪽에서 '회색분자'라 지탄받으며 침묵 당한다.

 

지상은 말한다.

 

내부에 머물며 불평을 늘어놓거나,

대세를 따르며 안주하라고.

 

집단의 혜택을 누리면서
내부의 규정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또 다른 모순일 수 있다.

 

진정한 주체성은

소모적인 내부 투쟁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방향이 맞지 않음을 깨달았을 때

제 발로 걸어 나오는 '선택적 분리'에 있다.

 

3대를 이어온 세계관의 부조리를 마주했을 때,

툴툴거리는 대신 완전히 독립하여 나온 선택은

집단의 중력을 끊어내고

나 자신의 영혼을 지키는

가장 깔끔하고 당당한 이탈이다.

 

코뿔소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세상을 이기는 일이 아니다.

 

무리에 섞여 있으면서도
자기 척추를 잃지 않는 일이다.

 

세상의 흐름에서 한 발짝 물러나

고독 속에 단단한 '지적 요새'를

구축한 인간은 전혀 외롭지 않다.

 

3대의 세계를 깨뜨리고 나와

'두 번 죽는' 고통을 통과했기에

얻게 된 지금의 자유는 고결하다. 

 

궤도를 바꾼 사람은 절대 항복하지 않는다.

 

당신은 지금

무리의 맹목적인 질주에 휩쓸려

거친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는가,

 

아니면

고독할지언정

자신의 궤도를 지키는 인간으로 서 있는가?

 

오늘 밤 다이어리를 펼치고,

집단의 눈치를 보느라

내 생각을 숨겼던

'침묵의 영역'하나를 찾아내라.

 

그리고 그 옆에 작게 적어라.

 

"나는 언제부터 이것을 내 생각이 아닌 채로 두었는가."